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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입법주도권 정부서 국회로… ‘졸속·과잉입법’ 부작용은 과제

입력 : 2013-11-11 21:57:52 수정 : 2013-11-12 0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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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의원발의안 6518건, 정부제출안보다 무려 14배나 많아
검증단계 적어 전문·치밀성 부족, 오탈자 수두룩… 청부입법 우려도
‘묻지마 의원입법’ 금지법안 발의, “입법예고제… 과잉 규제” 제안?
2013년 10월 22일 대한민국 헌정사에 한 획을 긋는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 있었다. 제헌국회 개원일인 1948년 5월31일 제1차 회의에서 대한민국 국회 제1호 의안인 ‘국회구성·국회준칙에 관한 결의안’이 제출된 이래 65년4개월21일 만에 국회 의안 누적건수가 5만건을 넘어선 것이다. 의원입법의 폭증세가 두드러졌다. 의원입법은 민의를 대변하고 행정부 정책결정 기능을 효과적으로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가 많으나 입법부실, 과잉입법 등의 부작용에 대한 지적도 받고 있다. ‘의안 5만건 시대’ 국회의 새로운 극복 과제를 살펴본다.


국회 본관 7층 복도 한쪽에는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국회 사무처가 지난달 31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하는 ‘의안 5만건 기념 역대국회 주요의안 전시회’다. 한국 헌정사와 민주주의 발전상이 고스란히 담긴 40여건의 의안이 소개돼 있다. 제헌국회 당시의 최초 의안을 비롯해 한국군 최초 파병동의안(6대 국회), 최초 국회의원(김영삼) 징계동의안(10대 국회) 원본도 있다. 또 16대 국회 (노무현)대통령 탄핵 소추안과 17대 국회 정부부처 이전 및 세종시 조성 특별법안도 볼 수 있다. 정진석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이 걸어온 격동의 세월과 헌정사의 발자취가 담겨 있다”며 “이번 전시회는 한국 의회민주주의의 발전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의안 5만건 시대를 열었다. 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의원발의 법안의 증가에 힘입은 바 크다. 의원입법 증가에 대해서는 긍정·부정 평가가 병존한다. 전문가들은 “의원에 대한 입법지원을 강화하고 입법과정의 신중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의안 5만건 시대 …의원입법 폭발적 증가

11일 국회 사무처 등에 따르면 의안 누적건수가 5만건을 돌파한 지난 10월22일 기준으로 19대 국회 의원발의안은 6518건으로 정부제출안 452건보다 무려 14배나 많았다. 14대 국회 당시 의원발의안은 321건으로 정부제출안 581건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이다.

특히 법률안의 취지나 내용이 최종적으로 법률에 반영되는 건수도 의원발의안의 비중이 정부제출안의 비중을 크게 앞질렀다. 14대 국회에서 의원발의안이 167건, 정부제출안이 561건이었으나 19대 국회에서는 의원발의안이 1134건, 정부제출안은 214건으로 나타났다. 의원 입법이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도 이뤘다는 분석이다.

국회 의사국 의안과의 이정은 과장은 국회보 기고를 통해 “국회의 민의대변기능과 정책결정기능이 크게 활성화됐기 때문”이라며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각종 법제지원기구 등의 입법 인프라가 확충돼 전체적으로 입법역량이 신장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의 부실 의원입법 주장에 대해서는 “법안 발의 자체만으로도 의제 표출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사회 통합에 기여한다는 점을 간과했다. 의회 본연의 기능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다”고 반박했다. 

◆의원입법 전문성 부족…오탈자도 발견, ‘청부입법’ 우려도

의원입법은 다양한 검증단계가 없기 때문에 정부제출안보다는 당연히 전문성이나 치밀함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정부제출안은 전문가 집단인 행정부처가 입안하는 데다 공청회와 법제처 심사, 부처 간 회의,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치면서 완성도가 높아진다. 의원입법은 이런 사전 단계가 거의 전무하다. 입법조사처의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충분하지 못하다. 즉 의원실과 입법조사처 등을 거친 뒤 곧바로 국회 심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심지어 법안에 오탈자도 종종 눈에 띈다. 각 상임위 전문위원 검토도 형식적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가결률이 갈수록 낮아지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16대 국회에선 27.0%, 17대 국회에선 21.2%, 18대 국회 13.6%로 하향추세다. 19대 국회 가결률은 역대 최저 수준인 7.2%에 맴도는 상황이다.

‘청부입법’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나 이익단체 등이 로비를 통해 원하는 법안을 의원이 입법하도록 하는 것이다. 2010년 발생한 청목회 사건이 대표적이다. 청원경찰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청원경찰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위해 여야 의원 40여명에게 로비한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간부들이 검찰에 적발돼 사법처리됐다.

청목회 사건과 같은 불법적인 로비보다는 정부부처 등에서 의원을 통해 내고 싶은 법안을 제출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 입법은 많은 단계를 거칠 필요 없이 국회에서 바로 심사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원하는 법안을 의원실에 넘겨 의원발의 형태로 통과될 수 있도록 하는 사례가 적잖다”고 전했다. 

10일 오후 국회 본관에서 시민들이 대한민국 역사와 함께한 국회의안 65년을 맞아 열리고 있는 ‘국회 의안 5만건 기념 주요의안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국회법 개정안 발의…입법예고제 실시 조언도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지난 9월 의원입법 과잉규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임위 심의 단계에서 정부제출안과 비슷한 수준의 절차를 밟도록 ‘규제영향 평가 의뢰’를 의무화하도록 한 것이 법안의 요지다. 이 의원은 “개별의원의 법률안 제출권을 최대한 존중하되 (규제 관련 법안 발의 시) 해당 규제가 재정 부담과 환경, 고용, 공정경쟁 등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이주영 의원은 “의원입법도 정부부처가 하는 입법예고와 같은 예고제 실시를 검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의원이 법안을 제출하기 전에 입법예고식으로 국회 홈페이지나 공보채널 등을 통해 법안을 소개하고 이견을 받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우승·홍주형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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